[글마당] 당신의 존재
봄이 오면 땅을 파고 나를 묻는다 몸의 부스러기 마음의 파편 겨우내 두터워진 나를 묻고 햇빛 한 아름 바람 한 접 끌어넣고 봉인한다 이제 남은 건 바램 이주 만에 상추, 깻잎, 쑥갓을 따서 한 상 차린다 흙이 되라 열매를 맺는 비가 되라 깨끗이 씻어내는 꽃봉오리가 되라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자신을 갖고 꽃피우고 열매를 맺는 생명은 돌 틈 사이에서도 피어난다 누구의 눈길이 닿지 않아도 초록 풀밭 위에 누워 하늘을 본다 싱그럽다 충만하다 이 부드러운 땅 위에서 우리는 서로 파동으로 만난다 그리고 알고 느낀다 당신의 존재를 정명숙 시인글마당 존재 부스러기 마음 초록 풀밭 상추 깻잎